브런치는 아니지만 퇴사이야기

February 02, 2020 · 4 mins read

첫 번째 : 나의 첫 사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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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스물 다섯 그 때의 파릇파릇한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주는 내 명함에 박힌 회사명과 내 이메일을 부여 받으며, 비로소 사회의 한 구성원, 경제활동 인구에 포함이 되었다는 사실이 좋았다. 연륜도 경력도 나보다 훨씬 많은 직장 동료와 직원이라는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혼자 뿌듯해했다. 신입이 다 그렇듯 개념이 없어서 혼나기도 했지만, 비즈니스 매너도 배우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실수도 없어지고, 더욱 프로페셔널해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혼자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종종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함께 일하는 한국지사 임원의 카리스마 있고,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보며 “와 대학교 발표랑은 비교가 안되는구나 멋있다.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될 수 있는 거겠지?” 했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그 분이 독보적인 거였다. 연차가 쌓이면 누구나 잘하는게 아니었어….)

첫 회사를 결국 퇴사를 한 계기는 회사합병이었다. 팀이 해체되고, 낮에는 할 일이 없어서 웹툰을 보며 시간을 보냈고, 퇴근시간에 갑자기 던져지는 심지어 내 일도 아닌, 내일 오전 회의 자료 취합을 하면서 이대로 괜찮을까 싶었다. 그리고 난 분명 기획팀이었는데, 구매팀에 사람이 없다면서 매출채권한도 심사나 서류 정리도 내가 하다보니 점점 정체성이 흔들렸다. 그만둘까 싶었던 첫 번째 이유는 학자금이 끝나서 안그래도 각을 재고 있었는데, 자기는 숫자 자신없다고 당당히 말해서 모든 일은 나에게 넘긴 옆자리 대리님은 옆에서 매일 대학원 논문을 쓰고 있는 것도.. 썩 좋게만 생각할 수 없었다. 그 몇달사이에 회사에서 논문을 완성하셨으니, 그것도 자기복이지만. 새로온 팀장이 내 여름휴가를 잘랐다. (?? 난 비행기표 예매도 다했는데) 그래서 휴가에 맞춰 그만뒀고, 일을 하다가 안하니까 너무 좋아서 20대 후반은 백수로 보냈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과 돈을 다 쓰고나서야 일할 마음이 생겨,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연봉은 심지어 첫 회사 신입보다 적었는데도 수락한 이유는 두 가지 였다. 집에서 가까웠기 때문이고,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첫 회사에서 일할 때 외국계벤더 한국지사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다 멋있었다는 이유였는데, 외국계기업은 내 로망이기도 했었다.

두 번째 : 외국계기업, 새로운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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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령대 심지어 10대 조차 부러워 하는 20대와 이별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빼박 30대라니. 나는 20대 시절 내가 어리다는 것, 실수를 하거나 조금 개념이 없어도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시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른들은 내 실수와 미숙함을 보아 넘겨주고, 무모함과 열정도 어느정도 인정해 주는 나이라는 것도. 뭐든지 느렸던 나는 3년의 직장생활 후 3년을 부유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시도했던 모든 일들이 20대에 해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20대는 정말 딱 시원섭섭했다. 이제는 어디로 봐도 어리다고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어디가서 나이값을 못한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지. 옛날의 30대와 다르다고 하지만.. 여전히 내 머리속의 30대는 생각도 말도 마음씀씀이도 20대와는 달라야 하는 나이다. 25살의 내가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다들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 그렇구나 할 나이가 되었으니까. 더 나이를 먹으면 못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듣게 되지 않을까. 그게 30대다. 그 30대를 맞이하며 두 번째 회사에 들어갔다.

로망인 회사에서 나는 왜 퇴사를 했나

팩트만 말하자면, 3년을 일했으니까, 이제 다시 쉴 타이밍이었다. 일은 적응하는 1년이 가장 재밌는 것 같다. 사실, 2년이 되자 흥미도가 떨어졌다. 빠르게 돌아가는 업계에서는 새로운 일, 재밌는 일이 계속 생겨나지만, 아쉽게도 외국계기업은 한국지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도가 굉장히 낮고, 나의 두 번째 회사는 새로운 일에 별 관심이 없었다. 팀장도 팀원도 좋은 사람들이어서 3년이나 있었던 것이지, 내 로망만큼 멋있었나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별 일이 없었다면 회사가 도보거리라서 더 오랫동안 다녔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쿠 건강이 나빠졌다. 그래서 내 일처리 효율이 극도로 낮아졌고, 실수도 생기고, 그러면서 정신 건강도 피폐해지는 느낌이 들어 서둘러 백수생활 결심했다. 솔직히, 이 건강악화의 원인은 회사가 아니라 집 층간소음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대출받은 거라 당장 이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겸사겸사 낮에 자고 새벽까지 깨어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중 이긴 한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 중이다. 근데, 난 분명히 퇴사한 지 두 달이 되었는데, 여전히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백수의 삶 : 위대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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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고정적인 수입이 없으니까, 단 돈 1원이라도 소득을 만들어보는게 백수기간 동안의 목표. 이 블로그는 복잡하게 생각할 줄 모르고 게으른 내가 좀 더 다양한 각도로 생각을 하기를 바라면서 만들어 진 블로그다. 그리고 내 일인 마케팅 관련해서 내가 공부하고 있는 내용도 함께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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